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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풍월

화조풍월

화조풍월

花鳥風月

자연을 구획하다

건축주는 기능이 집약된 긴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과 가까운 집을 짓고자 하였다. 정리되는 집의 크기는 40평 남짓의 규모이며, 가족이 요구한 집의 크기는 기존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200평이 넘는 땅의 크기의 비해 작은 집이 주변 자연과 어떻게 균형 있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화조풍월은 집 안 밖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담아내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의 결과이다. 집과 자연이 맞닿는 접점을 넓히기 위해 외부 공간 역시 집의 방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고 전체 대지를 활용하여 배치가 아닌 평면 계획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빛과 그림자, 소리, 계절, 시간 등의 비 물리적인 요소들을 물성을 이용해 자연의 변화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자연을 담아내는 방식

넓은 땅에서 집과 자연이 많이 닿을 수 있도록 낮게 펼쳐진 단층으로 계획하였다. 넓은 대지의 중심에 가족의 상징적 공간이 되는 큰 지붕을 계획하고, 그 지붕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내•외부의 공간이 확장된다. 숲과 가장 가까운 산자락 끝에는 계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반외부 성격의 별채를 계획하고, 작은 마당을 통해 본채와 연계하였다. 별채와 본채 사이의 안마당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외부 공간으로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식재와 우드 칩을 활용하여 원래의 자연은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마당은 후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가장 깊숙하고 사적인 안마당을 따라 가족들의 온전한 휴식을 위한 명상실과 자쿠지, 침실 등을 배치하였다. 대지의 전면은 큰 도로변의 차량 소음과 정리되지 않은 나대지에 인접해 있다. 열악한 인접 조건과 달리 도로보다 높은 위치의 땅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먼 풍경이 아름답다. 어지러운 주변 환경과 거리를 두고, 먼 풍경과의 적극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바깥 정원은 시선을 조율할 수 있는 경계를 가진 외부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외부 공간을 둘러싸는 담장은 건축물과 연결된 벽으로 계획하였다. 벽은 시각적인 경계를 만들지만, 영역화된 정원이 경계 없는 외부 마당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부가 열려있는 떠있는 구조로 계획하였다. 육중한 콘크리트를 띄우기 위한 구조를 반영한 물결치는 벽의 형태는 조경을 에워싸며 정원의 영역감을 만들어준다. 땅과 띄워진 틈 사이의 낮은 정원의 영역에는 초화류 등을 식재하여 계절과 시간에 따라 정원과 외부 마당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파동치는 벽을 배경으로 하는 중간 정원의 영역에는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바람과 빛에 잘 반응하고, 겨울에는 벽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줄기의 미감을 고려하여 식재를 계획하였다. 정원의 가장 높은 영역은 띄어진 벽을 잡는 구조로서 하늘을 담는 캐노피 형식의 지붕과 벽 사이의 틈이다. 정원을 에워싸며 띄어진 이 틈은 먼 산의 풍경을 정원에 담아낸다. 산자락 끝에서 시작하여 맞은편 먼 풍경의 산으로 흐르는 듯 연결되는 산세를 조금씩 다른 높낮이의 지붕 계획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 서로 다른 높이와 깊이로 중첩되는 지붕은 주변 산세와 새롭게 어우러져 집안으로 먼 산을 들여온다.

감각적 기억의 장치

화조풍월은 넓은 대지의 중심에 가족을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 자리하면서 시작된다. 기존의 집과 같은 거실, 식당이라는 기능의 제안이 아닌 세대를 이어서 가족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공공의 기억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 크게 비워진 공간은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아이들이 공부도 하는 등 무엇으로든 채워질 수 있는 열려있는 공간이다. 기능을 담기보다 기억의 장치로서 공간에 흐르는 분위기를 계획하고자 하였다. 한 지붕 아래 서로 맞대어 사는 가족에게 반원형의 큰 지붕을 제안하였다. 거대한 천장은 최소한의 구조로 지지하여 크게 비워내어, 창을 열면 안 밖의 정원과 연결되는 ‘루(樓)’가 된다. 천장의 마감은 내•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설정하기 위해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노출 콘크리트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마감은 해와 달을 보며 살고 싶다는 건축주에게 달의 표면을 연상하게 하는 은유와 감각의 장치이다. 떠있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붕의 네 면이 벽과 만나는 경계에 틈을 만들었다. 벽과 지붕 사이의 틈은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치인 동시에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상징적 지붕 아래 무색, 무취의 비워진 명상적 공간은 가족들에게 온전한 휴식과 특별한 기억의 경험을 공유하게 해줄 것이다.

배경으로서의 재료와 재료의 감각

화조풍월은 원래의 자연과 만들어진 자연이 주인공이 되는 집이다. 새소리와 꽃과 나무, 바람의 움직임을 담는 건축물은 최소한의 공간을 구획하고, 크게 비워내었다. 내•외부로 크게 비워진 공간을 에워싸는 물성은 노출 콘크리트이다. 노출 콘크리트는 합판 거푸집, 각재 심기, 표면 갈기, 표면 쪼기(치핑)의 4가지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다. 서로 다른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각 공간의 감성과 함께 맞닿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땅과 직접 닿는 기단 부는 땅의 질감이 연속된 느낌의 표면 쪼기(치핑) 방식을 적용하였다. 사람들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중간 부분은 매끈한 합판 거푸집을 활용하였다. 정원의 중간부는 식재의 계절의 변화와 빛의 움직임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소 거친 질감이 균질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표면 갈기를 적용하였다. 가장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건축물의 상부는 각재 심기 후 탈거하여 가장 거친 세로 줄무늬의 질감을 주었다. 상부는 하루 동안의 빛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부분으로 시간에 따라 다른 방향과 깊이의 그림자가 드리워 집이 자연과 좀 더 입체적으로 반응하도록 하였다. 세로 방향의 거친 질감은 주변 나무의 질감과 중첩되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동화된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별채는 목재를 사용하여 처음 천연 나무의 색에서 빛이 닿아 점차적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같은 회색으로 변화하는 질감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위치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906.00 ㎡
건축면적 : 284.82 ㎡
연면적 : 233.08 ㎡
건폐율 : 31.43 %
용적률 : 25.72 %
규모 : 지상 1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
설계담당 : 홍진영, 김병준
사진 : 노경, 한웅기

닷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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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가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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