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연재 [ 欣然齎 ]
欣然齎
흔연재
제27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입선
만들어진 땅, 떠 있는 무거움
흔연재 주변은 무분별한 단독주택 필지 개발로 거주 환경이 다소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금 멀리 내다보면 사면으로 산이 보이고, 남측으로는 천이 흐르는 좋은 입지이다. 흔연재의 1층은 주변의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1층은 창을 최소화하고, 담장을 이용하여 주변과의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 주었다. 집의 기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1층의 재료는 땅의 연속으로 보이도록 거친 텍스처의 마감으로 처리하였다. 기단 위에 놓은 2층은 좋은 주변 환경 위에 새롭게 자리 잡는 집이다. 육중한 석재를 사용한 2층은 뿌리 깊이 단단히 자리 잡은 느낌이다.
두 개의 시선, 다층의 마당
흔연재는 부부와 여섯 살 아이,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하는 곳이다. 집이 들어설 땅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방치된 단독주택 부지들과 정비되지 않은 길로 둘러싸여 있었다. 집의 남쪽은 마을로 진입하는 길에 면해 있어 채광을 위한 남측의 창은 낮에는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밤에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간섭이 예상되었다. 길과 집 사이에 집의 쾌적한 물리적 환경을 위한 필터로 담장을 만들었다. 담장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담이 아닌 집의 연속이다. 담은 마당을 한정한다. 한정된 마당은 그동안 가족들에게만 열려 있던 바깥 공간을 고양이에게도 내어줄 수 있게 해 준다. 마당에는 서로 다른 높이의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한다. 빛과 선택된 풍경을 들일 수 있도록 사람 눈높이 부분의 담장은 일부 낮추고, 고양이들의 마당 밖 풍경을 위해 땅에 닿아 있는 담장의 일부를 살짝 들어 열어주었다. 고양이의 마당은 가족들에게 다른 시선의 풍경을 더해주고, 가족의 열린 담장은 때에 따라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만들어 마당에 시간의 풍경을 담아낸다.
풍경의 통로
흔연재에는 두 개의 다른 성격의 마당이 있다. 남측의 마당은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정 형식으로 거친 마감의 벽을 배경으로 한 가까운 조경을 감상하는 내부 지향의 마당이고, 북측의 마당은 먼 산을 바라보며 바깥 풍경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밖으로 열린 마당이다. 이 다른 성격의 두 마당은 거실을 중심에 두고 연결되어 거실의 풍경을 관통한다. 풍경의 통로는 바람과 빛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재택 근무를 하는 부부는 매일 2층의 브릿지를 건너 일터로 향한다. 브릿지는 삶과 일이 전위하는 공간이다. 일터로 향하는 브리지를 건너는 동안 8.4m의 수평의 긴 창을 통해 연속된 산자락은 부부의 출근길 풍경이며, 고양이들의 산책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