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재
윤슬재
潤璱齋
제28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특별상
움직이는 유연한 경계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해오던 윤씨네 가족이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집안의 마당’ 이었다. 대지가 속한 동네는 단독주택 전용지로 개발된 공공주택 지구이다. 대부분의 택지 개발형 지구는 이웃간의 소통과 마을의 풍경을 위해 투시형이나 생울타리 등의 담장 규정이 있다. 하지만 자기만의 마당을 만들기 위해 담장 대신 대지의 경계를 따라 건물로 벽을 만들고, 그 벽은 이웃과 이웃, 건축과 도시 사이에 폐쇄적 경계를 만들뿐이다. 윤슬재의 마당은 움직이는 유연한 경계를 가진다. 변화하는 경계는 석재 루버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루버의 열리고 닫힘을 통해 마당은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온전한 가족의 마당인 동시에 지나치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 수 있는 마을의 작은 정원이 되기도 한다.
이름없는 방
아파트는 거실, 주방, 침실 등 기능이 충실한 효율적인 주거 유형이다. 단점은 없지만 여지가 없는 아파트의 공간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장치에 가깝다. 가족들에게 평생의 삶의 배경이 될 집은 기능만이 아닌 가족들의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여지의 공간이 필요하다. 윤슬재 마당 한 켠에 떨어져 있는 방은 기능이 없는 무명의 방이다. 찬바람에 외투를 걸치고 때론 비를 맞으면서 건너 가야 하는 이 방은 모두를 위한 여지의 공간이다. 항상 비워져 있는 방은 엄마의 공부방, 아빠의 코골이 격리방, 어른들의 술방, 아이들의 책방, 손님들의 잠자리 등 다양한 사건들로 채워지고 있다. 집과 떨어진 방은 마당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한쪽 벽을 접이식 창호로 계획하였다. 창이 완전히 열리고 벽이 사라지면 방은 지붕이 덮힌 마당이 되고, 마당은 하늘이 열린 방이 된다.
시선의 연결
집의 중심에 위치한 마당은 가족 생활의 중심이다. 이름없는 방을 드나드는 통로이며 2층, 다락에서는 내려다 보는 정원이다. 2층과 다락의 연속된 창은 복도를 오가며 바라보는 마당의 풍경을 끊어짐 없이 이어준다. 이어진 창은 창을 따라 배치된 가족의 침실에서 서로의 시선을 연결한다.
움직이는 입면
건물의 외벽은 집의 일부이지만, 그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동네를 오고 가는 이웃이다. 윤슬재의 길에 면한 1층 외벽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풍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격자형의 석재 루버와 미세하게 조율된 곡선 벽면의 만남은 서로 다른 패턴의 깊이감 있는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는 빛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중첩된 변화의 요소는 일상의 풍경을 더 풍요롭게 한다.